한 술씩 채우는 밥 한 그릇, 이제 시작되었다 캐나다 한인 늘푸른 장년회(KESSC)가 주최한 '캐나다 한인 문화유산 박물관' 건립 발기인 대회가 지난 6월 13일 모임을 기점으로 새로운 추진력을 얻었다. 이날 코퀴틀람 한인신협(Sharon's Credit Union) 컨퍼런스룸에…

한 술씩 채우는 밥 한 그릇, 이제 시작되었다
캐나다 한인 늘푸른 장년회(KESSC)가 주최한 '캐나다 한인 문화유산 박물관' 건립 발기인 대회가 지난 6월 13일 모임을 기점으로 새로운 추진력을 얻었다. 이날 코퀴틀람 한인신협(Sharon's Credit Union) 컨퍼런스룸에 모인 이들의 목표는 단순하면서도 원대했다. 우리 한인 사회의 삶과 역사, 그리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동시에, 캐나다 사회 속에서 한국 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50명은 단순한 참관자가 아니라 저마다 일정한 역할을 맡은 참여자였다. 이들은 모두 이 프로젝트 전반에 중요한 기여를 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가장 최근 결실이 바로 이번 한인캐나다문화유산박물관 건립 발기인 대회이며, 이는 한인 캐나다인들이 수십 년에 걸쳐 이어 온 발걸음의 연장선에 있다.
대회는 이원배 KESSC 회장의 인사말로 문을 열었다. 곧이어 박경준 밴쿠버 한인회 회장과 이원배 회장 사이에 양해각서(MOU)가 체결됐으며, 두 사람은 문화유산 박물관 건립에 늘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원배 회장과 장영재 부총영사, 박경준 한인회상, 연아 마틴 상원의원, 폴 최 BC주 의원의 축사가 이어졌다.
주최 측은 참석자들에게 박물관이 현재 어디까지 와 있고 앞으로 어디를 향하는지를 설명했다. 아직은 실체보다 구상에 가까운 이 사업은 한인 차세대 학생들의 제안에서 출발해 약 2년간의 연구를 거쳐 다듬어졌다. 참석자들은 더 큰 한인 커뮤니티 센터의 일부로 구상된 박물관의 조감도를 볼 수 있었다. 다만 주최 측은 공동체의 기록을 모으고 보존하는 실질적인 기초 작업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들은 박물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한인 청년 세대가 자신의 유산에 다가가도록 돕는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훗날 역사가 될 일상의 기록들을 꾸준히 모으는 곳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재원은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 부르는 풀뿌리 방식으로 마련한다.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그릇의 밥이 된다는 속담처럼, 후원자들이 적은 금액이라도 함께 모으고 그 금액은 각자의 이름으로 건축성금에 기록된다.
박물관이 의미를 가지는 데 대단한 보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원배 회장은 사람들이 흔히 박물관에는 거창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여기지만 자신의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박물관을 이루는 기록과 자료는 결국 우리 일상이 쌓인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 그 매 순간이 곧 역사가 되는 것이지요." 어려운 것은 그 무엇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공동체가 직접 한 술씩 밥그릇을 채우고 있다면, 한국 정부가 이 기금을 함께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장영재 부총영사는 인터뷰에서 분명한 답을 내놓았다. "비록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계시더라도 저희는 그분들을 지원하고 돕고자 합니다. 결국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자의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셔서, 이는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정부는 한인의 문화유산을 간직한 이러한 단체를 지원하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아직 박물관은 하나의 구상에 머물러 있다. 이원배 회장은 중국과 일본 모두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기리는 별도의 박물관을 두고 있다면서, 유독 한국만 그런 공간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아쉽고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바로 그렇기에 이번 모금이 더없이 중요하다. 캐나다에서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한인의 유산은 점점 옅어지고 있으며, 이를 가장 절감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부모들이다. 이 회장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어도 할 줄 알고 이곳에서 잘 지내는 것 같지만… 가끔은 조금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그는 한국어는 하면서도 전통적인 고사성어(故事成語)의 뜻은 전혀 모르는 아이들을 예로 들었다. 이번에 모이는 기금은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과 한글학교, 문화유산 행사 등에 쓰일 예정이며, 이는 젊은 한인들에게 진정한 자긍심과 소속감을 심어 줄 수 있다. 젊은 세대는 곧 우리의 미래이며, 한국 문화가 캐나다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뿌리가 그들 안에 살아 있어야 한다. 어떤 건물보다도, 바로 그것을 지켜 내는 일이야말로 이 사업의 진정한 의미다.
이원배 회장은 이날 한인 문화박물관 건립과 관련해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며, 144년째 공사가 이어지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누군가를 머뭇거리게 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젊은 세대가 이 일에 앞장서도록 이끄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기에 이 회장은 박경준 씨와 양해각서를 맺었다. 그는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영감과 이유가 다름 아닌 자신의 손주를 위한 것이었다고 따뜻하게 전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질문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당신은 이 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의 노력이 헛되이 끝나, 그 발걸음이 끝내 미완으로 남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